지난주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1980년대 초 지금은 아름다운 억새밭이 있는 난지도 공원에 저 유명한 난지도 쓰레기장이 있었던 당시, 그곳에서 힘겹게, 지난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한국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6.25의 폐허 이후 아무것도 없던 한국에 군사 정권이 들어서며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라는 기치 아래 전국적으로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었고, 정부는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꾀했습니다. 먼저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경공업에서 자동차, 철강, 조선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더는 자손들에게 굶주림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많은 노동 시간, 치열한 경쟁 등을 통해 한국은 마침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의 이면에는 난지도의 사람들 같은 잊혀진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이 또한 있었습니다. 청계천에서 더 이상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없다고 온 몸을 불태웠던 전태열이 있었고, 서울이 개발될 때마다 화곡동으로, 성남으로, 광주로 쫓겨난 도시 빈민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21세기도 넘어 2011년, 그 때의 치열했던 이야기들은 소설 속에서나, 지나간 추억으로나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처를 지날 때마다 악취로 차창을 열 수 없었던 난지도, 여름이면 수억 마리의 파리 떼로 땅이 시커멓게 변하던 그곳이 이제는 너무나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어 서울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었고,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과 위풍도 당당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까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그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그렇게 잊혀지고, 버려진 이들이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어 버려진 채 홀로 죽어가는 노인들, 비정한 부모들에게 버림 받고 늙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 아직도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두렵기 만한 장애인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잊고 살아도, 그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25:40) 돈이 그 사람의 가치를 말해준다는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그리스도인은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먼저 돌아보고 섬길 사람은 부자와 권력자가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말씀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잊혀진 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나누어 준다면 이 땅의 교회는 진정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1980년대 초, 저는 낯익은 세상의 무대였던 난지도 쓰레기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군부대 쓰레기를 버리러 갔던 어느 여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거대한 쓰레기 산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들과 파리 떼들과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오랜 동안 깊은 생각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며 지난 수요일, 저는 한 아이를 제 가슴으로 낳았습니다. 그 아이는 케냐에 살고 있는 ‘빈트’라는 여자 아이입니다. 굿피플에서 하고 있는 1대 1 아동 결연에 참여한 것이지요.
지금 여러분은 잊혀진 그들을, 버려진 작은 예수들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출처 : 소명-꿈을 만드는 사람들




